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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전시

DMZ 전시

캠프그리브스 체육관

작성일 2023-08-21

캠프그리브스 체육관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의 민간인 통제 구역 내에 위치한 캠프그리브스는 1953년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 미국의 제2보병사단부터 101공수 506연대까지 50여 년간 사용한 부대시설이 남아있습니다. 2004년 주한미군 철수 이후 2007년 한국 정부에 반환되었습니다. 20세기 미군의 건축 양식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이곳은 과거 송출되던 대북, 대남 방송이 생생히 들릴 만큼 남방한계선 가까이 위치한 곳입니다. 캠프그리브스에는 바닥을 콘크리트로 다진 후 아연 합금 소재로 된 철판 소재로 둘러싸기에 빠른 건설이 가능했던 미군 특유의 반원형 막사 5채가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 반원형 막사들은 지붕에 눈이 쌓이지 않아 관리가 편리하고 내부 공간이 넓어 활용도가 높습니다.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2013년 민간인들을 위한 평화통일 체험시설로 캠프그리브스를 리모델링하여 민간인 통제구역 내의 유일한 숙박형 문화예술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10. 이재석 Jaeseok Lee

 

이재석(b.1989)은 목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챕터투(2022),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2021)에서의 주요 개인전을 포함하여, 갤러리바톤(2023),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2022), 서울대학교 미술관(2022), 스페이스 K(2020), 대전시립미술관(2019) 등 유수 기관의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이재석,〈오성 텐트〉, 2020, 캔버스에 아크릴, 겔 미디엄, 161.7 × 240.9 cm, 작가 및 갤러리바톤 제공  

 

이재석은 군대에서의 자전적 경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수년간 신체와 물체의 구성 요소가 지닌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외의 경계가 명확해진 시대적 변화와 군중을 피해 자연으로 떠나기 시작한 사람들의 모습을 ‘안’과 ‘밖’이라는 양가적 속성을 지닌 ‘텐트’라는 소재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구조와 설치 방법을 체득한 군용 텐트로 연계되었으며, 텐트라는 구조물의 구성 요소인 폴대와 로프 그리고 천의 상호작용에 집중하여 〈텐트를 설치하는 방법〉 연작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리고 D형 군용 텐트에 권력과 허상을 상징하는 별이 표현된 〈오성 텐트〉 그리고 폐쇄된 벙커처럼 보이는 〈쉘터_2〉를 통해 작가는 안과 밖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지 분단된 국토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11. 함경아 Kyungah Ham 

 

함경아(b.1966)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동시대 예술가입니다. 평면,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통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부조리의 틈을 파고듭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함경아전》(Pace Gallery, 홍콩, 2018), 《유령의 발자국》(Carlier Gebauer, 마드리드, 2019 / 베를린, 2017), 《유령의 발자국》(국제갤러리, 서울, 2015), 《욕망과 마취》(아트선재센터, 서울, 2009) 등이 있으며, 《Material Connection》(제인 롬바드 갤러리, 뉴욕, 2017), 《Asian Corridor, Culture City in East Asia 2017》(니조성, 교토아트센터, 2017), 《올해의 작가상 2016》(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타이페이 비엔날레(타이페이국립미술관, 2016), 제5회 광저우 비엔날레(광둥미술관, 2015), 《교감》(삼성미술관리움, 서울, 2014) 등 다수의 국제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함경아〈재인쇄된 시차 17시와 17:30 사이예시 1-1, 2023, 아키발 피그먼트 프린트리본 테이프, 320 × 320 × 160 cm, 사진: 아인아, 작가 제공 

   

개성공단은 남한 정부와 현대 아산의 주도하에 북한 개성에 만들어진 산업 단지입니다. 2016년 남한 정부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압박의 일환으로 개성공단 폐쇄를 선언했습니다. 이에 대항하여 북한은 다음 날, 개성 공단에 자리 잡은 남한의 모든 인원에게 북한 시간 17시, 남한 시간 17:30분까지 전원을 추방하고 자산을 동결한다는 당혹스럽고 갑작스러운 결정을 내립니다. 북한의 선포 후 4시간 동안 남한의 기업들은 그들의 피땀으로 이뤄낸 사업장을 아무런 기약 없이 탈출해야 하는 영화와 같은 엑소더스가 진행되었습니다. 남한의 기업인들은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어떤 체계적인 준비도 갖추지 못한 채 그들이 타고 왔던 차 안에, 위에, 앞에, 뒤에 가능한 많은 물량의 생산품을 싣고 남한으로 향하게 됩니다. 두 사진은 개성을 탈출하는 행렬 중 포착한 작은 저널리즘 사진을 재해석하고 가공한 사진입니다. 해체하고 다시 형태를 만드는 콜라쥬 방식을 사용하여 마치 분해나 분열, 그리고 뒤틀어진(deformed) 신체와 상황을 은유합니다. 이 차량들은 더 이상 이동 수단이 아닌 신체와 상실을, 부재를 의미하게 됩니다. 새로운 지도를 갖고 항해를 해나가던 최초의 이주민(기업)으로서의 삶이, 그들의 역사가 시대에 맞지도 않는 옷을 입은 채 완장을 찬 최고 권력인 두 국가(또는 분단된 한 국가, 지도는 국가가 만들었다.)에 의해 분해되고 해체되었습니다.



12. 임민욱 Minouk Lim  

 

임민욱(b.1968)은 1995년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2008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첫 개인전 《임민욱: 점프 컷》을 가진 후, 워커아트센터의 《그림자 열기》(2012), 플라토 삼성미술관의 《만일의 약속》(2015), DAAD갤러리의 《뉴타운 고스트 家家戶戶》(2017) 등의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현실과 중층적 관계를 맺는 혼종적 장르 형식을 주로 선보여 왔으며 첨예한 정치적 맥락을 도전적이면서도 감각적인 시적 내러티브와 결합한 고유의 작업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리버풀, 이스탄불, 시드니, 타이페이, 광주, 부산비엔날레 등에 참여하였고 에르메스 미술상, 올해의 작가상, 로버트 라우센버그 레지던시, DAAD레지던시 기금 등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임민욱,〈커레히 - 홀로 서서〉, 2023, 군용모포, 아크릴릭 페인트,스프레이 칠, 가변설치 (담요 1개 사이즈: 210 × 160 cm 가로 9개 4줄), 사진: 아인아, 작가 제공 

  

‘커레히’는 체로키어로 ‘홀로 서다’ ‘홀로 버틴다’라는 뜻이자 캠프그리브스에 주둔했던 미2사단 506연대의 모토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육군의 낙하산 보병을 훈련하던 506연대는 조지아주 커레히 산 근방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국내 주둔한 가장 오래된 미군기지 가운데 하나였던 캠프그리브스의 체육관 시설에는 총 33장의 군용 모포가 높은 천장으로부터 낙하산처럼 걸려 있습니다. 군용 모포는 혹독한 훈련과 참혹한 전장 속에서도 잠시나마 의지할 수 있는 안전과 평화의 영역이어야 합니다. 작품에 사용된 군용 모포의 앞면에는 간혹 국군 이름과 물감이 배어 나온 흔적들이 있고, 이면에는 의미를 알 수 없는 형상들이 떠 있습니다. 허공에 떠 있는 모포들은 꿈처럼 해석이 불가능하고 피아 구분이 불가능한 경계를 보입니다. 군대는 몸과 생각 등이 훈육되는 장소이지만, 잠은 연대 없이, 이념 없이, 목적 없이 다가옵니다. 〈커레히-홀로 서서〉는 통제된 DMZ를, 통제를 벗어난 영토로 그리고 있습니다. 잠은 정복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13. 장수미 Su-Mi Jang

 

장수미(b.1973)는 안무가이자 퍼포머로 서울과 베를린에 오가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중앙대학교 무용학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예술대학에서 안무로 예술학 석사를 취득하였습니다. 그녀는 정동, 체화, 신체성의 관계를 감지되지 않는 힘의 움직임으로 탐구합니다. 엘아이지 문화재단, 독일 프라이부르크 극장의 협력 예술가였으며, 스위스 테아터스펙타클 쮜리히,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에 초청되었습니다. 대표 작업으로 젠더와 신체성을 연구한 〈필리아〉 (2012), 〈튜닝〉 (2014), 스크림을 매개로 한 〈scream es-say〉 (2017), 〈Dead-body Being〉 (2018), 〈퀴어링 보이스〉 (2021) 등이 있습니다.

 

장수미,〈꿀렁꿀렁 감각 에이징〉, 2022, 퍼포먼스, 사진: 박수환,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오블리끄 센세이션(Oblique Sensation)〉은 이질적 공간이 갖고 있는 표면의 기억과,  신체의 무-의식적 영역에 존재하는 움직임들이 교차하는 현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두 신체는 서로를 탐색하며 횡단하는데 손가락 끝의 떨림은 타자의 살갗에 잠시 머물렀다가 미끄러지면서 내부로 파고들어 가 극도의 포화 상태가 됩니다. 그 신체는 포자가 되어 캠프그리브스의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이주합니다. 퍼포먼스가 진행되는 시공간에 있는 우리는 돌봄, 폭력성, 경계 없음, 무관심, 욕망과 함께 고르지 않은 길에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쟁이 기록하는 공식적인 사건과는 달리 신체의 미시적인 감수성에 기생하는 움직임들은 서로를 수용하며 동시에 변환하게 하는 정동의 지점을 모색합니다.

 

 

14. 서용선 Suh Yongsun

 

서용선(b.1951)은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및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을 하고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 및 명예교수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 개인전으로 《서용선의 마고이야기, 우리 안의 여신을 찾아서》(서울여성역사문화공간 여담재, 서울, 2021), 《만첩산중(萬疊山中) 서용선회화》(여주미술관, 여주, 2021), 《통증·징후·증세: 서용선의 역사 그리기》(아트센터화이트블럭, 파주, 2019), 《확장하는 선, 서용선 드로잉》(아르코미술관, 서울, 2016), 《서용선의 도시그리기: 유토피즘과 그 현실사이》(금호미술관 / 학고재갤러리, 서울, 2015), 《기억·재현, 서용선과 6.25》(고려대학교 박물관, 서울, 2013) 등이 있습니다.

 

서용선,〈시선〉, 2005, 린넨에 아크릴, 500 × 480 cm (2p), 서용선 아카이브 제공  

 

꾸준히 사회와 정치적인 문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동시대의 사건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서용선은 이번 전시에 남과 북 사이의 갈등을 소재로 하는 두 점을 선보입니다. 〈시선〉은 남과 북을 가로지르는 휴전선을 배경으로 합니다. 당시 작가는 그 현장을 방문하여 남과 북이 서로 마주하는 장면을 보면서 분단된 국토에 대한 다층적인 기억을 교차하였습니다. 작가는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는 상황 앞에서 느낀 공포와 긴장 그리고 증오와 열망 같은 감각적인 자극을 경험하였고 그 감정들을 화폭에 표현하였습니다.  〈뉴스와 사건〉은 1990년대 후반, 당시 북한에서 벌어진 식량 파동과 미사일 발사 및 핵 개발로 남북한의 긴장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그린 작품입니다. 남북의 관계는 악화하여 연일 위협적인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며 작가는 긴장감을 유발하던 당시 사건들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풀어내며 그렸습니다. 그러나 이후 2000년대에 남북한 교류가 시작되며 평화의 분위기로 전환이 되었습니다. 서용선은 역사가 되는 현장들을 경험하며 그 일련의 사건들이 맥락 속에서 이해되고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묵묵히 작품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15. 성시경 Sikyung Sung

 

성시경(b.1991)은 서울을 기반으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 예술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순간적인 즉흥성과 내재된 계획성 사이에서 회화표면에 드러나는 움직임을 탐구합니다. 개인전 《엑시트 엑시트 Exit Exit》 (공간 형/쉬프트, 서울, 2019)를 열었으며, 그룹전 《흰 그림》 (갤러리 팩토리, 서울, 2023) 《썬룸 SUNROOM》 (갤러리 BB&M, 서울, 2023), 《투투 Two 透》 (P21, 휘슬 Whitsle, 서울, 2022), 《물질, 구름》 (아트스페이스3, 서울, 2022), 《룰즈》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2016) 등에 참여했습니다.

 

성시경,〈여러 입구들〉, 2022-2023, 캔버스에 유채, 200 × 230 cm, 작가 제공 

  

성시경의 작품은 오래전 중단한 그림을 바탕으로 합니다. 언제 그렸는지, 어떤 생각과 감정에서 멈췄는지 기억이 잊힐 정도로 시간이 지난 캔버스를 다시 마주했을 때 떠오르는 상상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성시경은 그림이 중단되었던 시간을 단절된 시간이 아닌 연속적인, 숙성의 시간으로 받아들입니다. 작가는 캔버스에 구체적으로 물감이 올라가는 방식, 순서에 따라 선과 면의 경계가 계속해서 뒤바뀌는 화법을 구성합니다. ‘오델로’라는 보드게임은 그의 기법과 유사합니다. 녹색의 격자무늬 판 위에 흑색 돌이 앞과 뒤로 놓이면 가운데 백색 돌이 전부 흑색 돌로 변화하는 법칙에 비유한 그의 화법은 점, 선과 면이 상대적으로 구성되고 변화하며 채워집니다. 성시경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유동성은, 오늘날 DMZ의 정지된 듯한 풍경 이면에 다양한 사건과 세계정세에 맞추어 시시각각 변화하는 분위기, 모습과 비견됩니다.

 

 

16. 박노완 Noh-wan Park

 

박노완(b.1987)은 회화를 주로 제작하며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예술과를 수료하였습니다. 박노완은 주변에서 마주친 풍경이나 사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수집하고 이를 소재로 삼아 회화를 제작합니다. 세상과 불화한 듯 보이는 사물들의 모습을 회화의 조형 조건 안에서 다시 한번 가공하여 표현합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싱거운 제스처들》(공간 가변크기, 서울, 2018), 《사람 얼룩》(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21), 《텅 빈 주머니를 헤집기》(갤러리 기체, 서울, 2022)이 있으며, 《가볍고 투명한: Light and crystalline》(원앤제이 갤러리, 서울, 2020), 《박노완-전현선》(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20), 《You never saw it》(갤러리 기체, 서울, 2021), 《SOLO SHOW : 신∙세계 백∙화점(新∙世界 百∙畵店)》(부산 신세계 백화점,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부산, 2021), 《프레카리오 시티》(공간 카다로그, 서울, 2023) 등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습니다. 

 

박노완, 〈동상들〉, 2023, 캔버스에 수채, 200 × 200 cm, 작가 제공

  

무언가가 오랜 기간 기억하길 바라며 제작되곤 하는 석상은 시간이 지나 환경과 상황이 변화하면서 본래의 의미와는 동떨어져 다르게 보이고는 합니다. 박노완은 DMZ 근방에 존재하는 다양한 돌조각상들을 통해 시간이 흘러 본래의 의미와 다르게 보이고 읽히는 풍경을 마주하였습니다. 작가는 시간과 흐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본질이 왜곡되는 대상의 형상을 수채물감으로 그리고 다시 닦아내는 기법을 통해 지저분해 보이는 얼룩들로 치환하고 이 표현을 낯설지 않은, 익숙한 풍경으로 연출하였습니다.

 

 

17. 마키코 쿠도 Makiko Kudo


마키코 쿠도(b.1978)은 일본 아오모리에서 태어나 조시비 미술 디자인 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는 현재 일본 가나자와에서 거주하며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요 개인전은 《꽃 피는 것을 보고 그것이 쭉 거기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처럼》(히라츠카 미술관, 가나가와현, 일본, 2002), 《그림자의 색》 (토미오 고야마 갤러리 텐노즈, 도쿄, 2022)가 있으며 이외에도 런던과 코펜하겐에서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그의 작품은 하노버 미술관, 로스앤젤러스 미술관, UC 버클리 미술관 및 퍼시픽 필름 아카이브, 얼스터 미술관, 북아일랜드 국립 박물관과 벨파스트가 소장하고 있습니다. 


마키코 쿠도,〈같은 추억〉, 2023, Oil on canvas, 162 × 260 cm (2 패널), 토미코 코야마 갤러리 및 작가 제공  

 

마키코 쿠도는 DMZ에 방문하여 본인이 경험하고 느낀 것을 바탕으로 〈같은 추억〉을 그렸습니다. 작가가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한 DMZ는 날씨의 영향으로 안개가 자욱했습니다. 안개로 인해 흐렸던 그날의 풍경은 작가가 DMZ에 오기 전 그 장소와 그 나라의 정세에 대해서 고찰하며 느꼈던 것과 닮아 있었습니다. 낯선 그곳에서 야생 산딸기와 오디를 먹어보고 처음 보는 새가 철조망 위에 앉아 쉬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어릴 적 친구들과 같이 놀았던 기억을 회상하였습니다. 그 어느 날 한국과 북한의 아이들도 그렇게 시간을 보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직접 눈에 담은 DMZ의 풍경과 작가의 기억을 겹쳐 하나의 이미지로 표현하였습니다.

 


18. 권혜성 Hyeseong Kwon

 

권혜성(b.1985)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입니다. 주로 자연에서 체득한 경험, 물의 움직임, 바람의 흐름 같은 자연적인 현상에서 체득한 것들을 토대로 몸과 기억에 남겨진 인상을 자유롭고 유연한 단색의 선들로 시각화하여 평면 작업을 합니다. 주요 전시로는 개인전 《Back Beat!》(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20), 단체전 《한국화와 동양화와》(Gallery TOWED, 도쿄, 2022 / FINCH ARTS, 교토, 일본, 2022 / 중간지점 둘, 서울, 2022) 등이 있습니다. 


권혜성,〈우리는 풀이 되어〉, 2023, 장지에 먹, 아크릴, 분채, 203 × 284 cm, 작가 제공  

 

여행 중에 발견한 아름다운 수풀은 자세히 보니 가족묘였습니다. 치열한 고지전이 벌어졌다는 연천의 아름다운 봉우리들이 생각났습니다. 실향민들의 묘지(이북 5도민들을 위한) 동화 경모공원을 방문하였고 수많은 무덤 중 유난히 풀이 무성한 곳이 눈에 띄었습니다. 무덤을 자양분으로 삼아 살려는 것과 죽어가는 것이 뒤엉킨 풀들을 덤덤하게 그려 보았습니다. (작가 노트에서 발췌)  

 

 

19. 박형진 Hyungjin Park

  

박형진(b.1986)은 서울과 경기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입니다. 성신여자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풍경을 그리고 기록하는 형식으로 대상의 둘레를 사유합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지금 이따가 다음에》 (경기도 미술관, 안산, 2022), 《까마귀와 까치》 (상업화랑, 을지로, 2022) 등이 있으며, 《Contourless》 (Westbund art and design, 상하이, 2022), 《물과 바람의 시간》(대청호미술관, 청주, 2021), 전남 국제 수묵 비엔날레(비엔날레 3관, 목포, 2021), 《Selfish Art-Viewer: 오늘의 감상》 (금천예술공장, 서울, 2021), 《인블룸》 (하이트컬렉션, 서울, 2021), 《CRE8TIVE REPORT》(OCI미술관, 서울, 2018)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였습니다. 


박형진,〈나무 한그루를 심고 기다리는 이〉, 2023, 캔버스에 아크릴, 162 × 130 cm, 작가 제공  

 

박형진은 초록이 우거진 DMZ의 푸른 땅을 보며, 수많은 감정이 녹아 시간이 멈춰버린 땅, 미움을 꾹꾹 눌러 담고 있는 땅,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서 자라나는 어떠한 마음들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감정을 담아 DMZ에서 언제 찍었는지 알 수 없는 인터넷을 검색해 수집한 사진들, 2017년 안보 관광버스를 타고 방문하여 관광객의 시선으로 바라본 땅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 그리고 2023년에 촬영한 선명한 피사체를 가지고 있는, 세 시점의 푸른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진들을 출력해 같은 크기로 잘라 종이 위에 쌓았으며 그 모습을 작가의 붓질로 다시, 반복해서 그려냈습니다.

 

 

20. 써니킴 Sunny Kim

  

써니킴(b. 1969)은 뉴욕 쿠퍼유니온 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뉴욕 헌터 대학원에서 종합매체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중의 정체성을 통해 현실화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린 파편화된 기억의 이미지들을 회화의 형식으로 재현합니다. 나탈리 카그 갤러리, 뷰잉룸(뉴욕, 2021), 에이라운지(서울, 2020), 인천아트플랫폼 극장(인천, 2014), 스페이스 비엠(서울, 2013), 갤러리현대 16번지(서울, 2010), 일민미술관(서울, 2006) 등의 개인전을 가졌고 국립현대미술관(서울, 2021), 아트센터 화이트블럭(파주, 2019), 런던 A.P.T(런던, 2018),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서울, 2017), 문화역서울 284(서울, 2012), 비엔나 쿤스트할레(비엔나, 2007), 서울시립미술관(서울, 2007)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습니다. 현재 서울과 뉴욕에서 거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써니킴,〈벼랑〉, 2021, 캔버스에 아크릴, 51 × 64 cm, 작가 제공 

 

써니킴의 회화는 기억이 불러일으키는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구성하여 그림 너머 상상의 세계를 구현합니다. 그의 회화가 지닌 불분명한 경계와 익숙하지만 낯선 이미지들은 작가가 만들어 내는 완벽한 이미지임과 동시에 다양한 내러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에서〉에 등장하는 풍경은 어딘가 본 듯한 익숙하지만 정확하게 어디라고 부를 수 없는 곳입니다. 어디부터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는 강물과 어디에서 보았을 법한 산은 사실 명확하게 실재하지 않는 구역인 DMZ의 어느 지점과 같습니다. 〈벼랑〉에서는 옛날 교복을 입은 소녀는 아무도 없는 생경한 풍경의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 소녀를 통하여 우리는 DMZ의 흘러가 버린 과거와 현재를 그리고 또 불확실한 미래 시간들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에서는 보다 불분명한 경계로 속도감이 느껴지는 불안한 풍경을 표현하였습니다. 이곳은 작가가 중국도, 북한도 아닌 두만강의 어느 지점을 바라보고 그렸습니다. 작가가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곳에서 느낀 수많은 감정을 표현한 이 그림은 실재하는 풍경이자 작가가 느낀 감각의 풍경입니다.

 

 

21. 미카엘 레빈 Mikael Levin 


미카엘 레빈(b.1954)은 장소와 정체성 그리고 일시적인 우리의 개념을 탐구합니다. 그의 사진 속 장소는 일상적인 공간이지만 역사적인 사건과 동시대의 개연성을 탐구합니다. 그리고 그 장소들을 촬영하며 그의 사진에 장소가 가진 사회구조와 영향력 그리고 기억의 지형을 형성합니다. 마이클 레빈은 미국과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며 2010년 파리 유대인 박물관, 2009년 리스본 베라르도 미술관, 2003년 파리 국립도서관, 1997년 뉴욕 국제사진센터, 1980년 카라카스 멘도사 재단에서의 개인전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에서 폭넓게 전시에 참여해 왔습니다. 200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출품했으며 뉴욕 휘트니 미술관,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파리 국립현대미술기금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미카엘 레빈,〈지뢰 숭고〉, 2015, 젤라틴 실버 프린트, 각 46 × 61 cm, Gilles Peyroulet & Cie 제공 

  

철원 근처, 비무장지대의 남한과 북한을 구분하는 지역은 널찍이 정돈되어 경작된 논 사이에 설치된 촘촘한 군 요새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 곳은 지뢰밭이 곳곳에 산재해 있기도 합니다. 철조망으로 구획이 이루어진 이 땅들은 60여 년 전 이 시골을 파괴한 전쟁 이후 훼손되지 않은 채 빽빽한 초목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습니다. 낭만적인 풍경은 공포스럽기도 한 아름다움을 유발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밀접하게 있어 숭고함을 느껴집니다. 현대적이며 길들여지고 조각된 풍경은 지뢰밭으로 대표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포가 거의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전쟁의 흔적은 방해받지 않고 순수한, 새로운 형식으로 복원이 가능한 그대로의 자연으로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