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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전시

DMZ 전시

도라전망대

작성일 2023-08-21

도라전망대


  

도라전망대는 통일대교를 넘어 판문점으로 가는 길목, 서부전선의 최북단 도라산 위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남서쪽으로는 남북한의 연결된 도로를 볼 수 있으며 최북단에 위치한 대성동 마을과 북한의 최남단에 위치한 기정동 마을 그리고 기후 상황에 따라 개성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남한과 북한 사이 수목으로 가득해진 DMZ의 풍경을 관람할 수 있습니다.   

   

 

1. 정소영 Soyoung Chung  

 

정소영(b.1979)은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유년기를 보낸 후 파리의 국립고등미술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장소 특정적 설치, 조각, 비디오, 공공적 개입 등의 활동을 통해서 공간의 정치학에 대하여 질문해 왔습니다. 지질학을 통해 역사의 면면을 시각화시켜 온 작가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서 형성되는 시간의 근원적 층위를 심도 있게 연구하며, 역사와 시공간 사이에 존재하는 다층적 관계를 사회의 불확정성이라는 개념으로 확장합니다. 정소영은 2011년 OCI 영 크리에티브, 2016년 송은미술대상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금호미술관(2007), PS 사루비아(2008), 대림미술관구슬모아 당구장(2013), 아트선재 오프사이트(2016), 원앤제이갤러리(2021), CR Collective(2022) 개인전과 Real DMZ project(2018, New Art Exchange, Nottingham, U.K), Borderless-Curitiba International Biennale(2019, Oscar Niemeyer Museu, Brazil), Power Play(2019, Delfina Foundation, London, U.K) 그룹전을 가졌습니다.

 

정소영, 〈환상통〉, 2023, 자연석, 스테인레스판, 베어링, 약 140 × 90 × 60 cm, 40 × 60 × 70 cm, 작가 제공 

 

환상통이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신체의 부위에서 고통을 느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각각 한 면이 절단된 두 개의 돌은 본래 서로 하나였는지 혹은 다른 두 개의 돌이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지속적으로 빛과 위치에 따라 변화하며 보이는 절단된 돌의 형상은 과거 돌의 형상과는 무관하게 새로운 모습을 보입니다. 잘려 나간 돌 위에 계속해서 변하는 금속에 몸을 붙여 존재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하는 불확정적 상태는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지각하고 기억하는 존재-부재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전망대에 올라서서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우리는 인식 속에서 사라지고 없는 부분을 감각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이고, 물리적 존재의 유무보다 기억의 작동에 더 강한 영향을 받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2. 토모코 요네다 Tomoko Yoneda

  

일본 효고현 출생인 토모코 요네다(b.1965)는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사람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장소들에서 시작합니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역사적인 사실이 내재된 특정한 장소와 사물들을 탐구하고, 각 장면 이면의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대표 전시로는 《세계 교실》(모리 미술관,도쿄,  2023), 《에코 - 부서지는 파도》(슈고아츠, 도쿄, 2022), 《토모코 요네다》(마프레 재단, 마드리드, 2021), 제21회 상하이 비엔날레(상하이, 중국, 2018-2019),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서울, 2014), 제10회 광주비엔날레(광주, 한국, 2014), 《우리는 어둠이 없는 곳에서 만날 것이오》(히메지 시립미술관, 효고, 일본, 2014 / 도쿄 사진 미술관, 도쿄, 2013),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베니스, 이탈리아, 2007) 등이 있습니다.  

 

토모코 요네다, 〈지뢰밭 - 대한민국 파주시 비무장지대 내 관광지 주변에 위치한 지뢰밭 전경〉, 2006/2023, 철구조물, 나무판넬, 천에 UV 프린트, 237.5×300cm, 작가 및 Shugo Arts 제공 

 

한반도를 가르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약 4km에 걸친 DMZ에는 다수의 지뢰가 매장되어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됩니다. DMZ는 국경이 아닌 1953년 7월 27일 발효된 한국전쟁 휴전협정에 따라 생긴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한 지역이기에 우리로 하여금 여전히 한반도가 전시 중임을 인지시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DMZ는 야생동식물의 독자적인 생태계가 형성된 평화로운 자연 낙원이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일제로부터 해방 독립한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냉전 시대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다시 초토화되었습니다. 하나로 이어진 땅과 사람을 둘로 나눈 이 비무장지대 주변에는 인간이 그은 경계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태양과 하늘 아래 온화한 꽃들이 피어납니다. 꽃, 풀, 그리고 나무들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또 저항하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경계와 이데올로기적 개념이 없는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떠돌아다닙니다. 이는 동시에 개인이라는 작은 존재가 국가, 사회, 종교 등 큰 집단에 편입되어 운명에 휘둘리는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3. 이끼바위쿠르르 ikkibawiKrrr

 

이끼바위쿠르르(2021년 결성)는 시각 연구 밴드이며, 현재 구성원은 고결, 김중원, 조지은입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식물, 자연현상, 인류, 생태학과의 연계를 탐구합니다. ‘이끼바위’는 이끼가 덮인 바위, moss rock을 의미하며, ‘쿠르르’는 일종의 의성어입니다. 이끼는 대기와 흙의 경계층에서 작은 몸으로 적응하며, 주변 환경에 따라 그 세계를 확장 시킵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이끼가 살아가는 방식을 프로젝트와 태도에 적용하고자 하며, 열대와 해초를 연구하며, 또한 농부들과 같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살아가는 방식이 움직임의 일부가 되어 그 경계층을 넓힌다는 의미는 이끼바위쿠르르에게 매우 중요합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이주’라는 큰 개념에서 출발하여, 인간의 정치 사회적 맥락을 넘어, 식물과 공동체, 그리고 지구 구성원 모두의 시간성에 대해서 탐구합니다. 주요 참여 전시로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광주, 한국, 2023), 도큐멘타 15(카셀, 독일, 2022), 《땅 밑 달리기》 (엘리펀트스페이스, 서울, 2022), 《Resbakan: Solidarity Event Lumbung FILM》 (UP Film Institute, University of the Philippines, Diliman, Quezon City, 2022), 《수원공공예술 도시충;동 예술충;동》 (문화도시 수원, 수원문화재단, 2021) 등이 있습니다. 


이끼바위쿠르르, 〈덩굴: 경계와 흔적〉, 2023, 식물, 캔버스 위에 아크릴, 160 × 1800 cm, 〈덩굴: 경계와 흔적〉을 위한 이미지, 작가 제공  

 

이끼바위쿠르르는 DMZ 일대 식물을 채집하여 그것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구성을 한 그래피티 작품을 벽면에 선보입니다. DMZ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접근이 불가능한 곳인 동시에 식물들의 자생이 가능한 역설로 잠식된 공간입니다. 이곳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기에 인식하지 못하는, 숨겨진 공간, 일종의 어떤 '틈'과 같습니다. 긴장의 공간임과 동시에 완충지대인 역할을 하는 이곳에서 식물은 허용된 침입자입니다. 이끼바위쿠르르는 파고드는 덩굴들의 흔적을 기록하는 동시에 이 공간에 대한 애도의 의미를 담아 보여주고 있습니다. 

 


4. 이재석 Jaeseok Lee

 

 

이재석(b.1989)은 목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미술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챕터투(2022), 서울시립미술관 SeMA 창고(2021)에서의 주요 개인전을 포함하여, 갤러리바톤(2023),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미술관(2022), 서울대학교 미술관(2022), 스페이스 K(2020), 대전시립미술관(2019) 등 유수 기관의 전시에 참여했습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대전시립미술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이재석, 〈텐트를 설치하는 방법 1-4〉, 2020, 캔버스에 아크릴, 130 × 130 cm × 4패널, 작가 및 갤러리바톤 제공 

 

이재석은 군대에서의 자전적 경험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에서 출발하여 수년간 신체와 물체의 구성 요소가 지닌 유사성을 발견하는 것을 주제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코로나19로 인해 실내외의 경계가 명확해진 시대적 변화와 군중을 피해 자연으로 떠나기 시작한 사람들의 모습을 ‘안’과 ‘밖’이라는 양가적 속성을 지닌 ‘텐트’라는 소재로 표현합니다. 이러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구조와 설치 방법을 체득한 군용 텐트로 연계되었으며, 텐트라는 구조물의 구성 요소인 폴대와 로프 그리고 천의 상호작용에 집중하여 〈텐트를 설치하는 방법〉 연작을 완성하였습니다. 그리고 D형 군용 텐트에 권력과 허상을 상징하는 별이 표현된 〈오성 텐트〉 그리고 폐쇄된 벙커처럼 보이는 〈쉘터_2〉를 통해 작가는 안과 밖의 경계를 구분 짓는 것은 무엇인지 분단된 국토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 의미를 묻고 있습니다. 

 

 

 

5. 옥승철 Ok Seungcheol

 

​옥승철(b.1988)의 회화는 개념화된 이미지의 최초 출력물입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 내부의 벡터 좌표에서 작업을 시작하며 흥미롭게 지켜보는 이미지는 만화, 영화, 게임 등 화면의 내부에서 변주되고 복제된 디지털 이미지입니다. 원본의 존재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복제되고 열화된 디지털 이미지는 캐릭터의 얼굴이라는 구상화의 틀 안에서 합성되고 재해석됩니다. 그에게 회화란 전시 기획과 공간에 맞추어 크기와 목적을 달리한 3차원 오브젝트로 전환 가능한 시작점으로서의 원화입니다. 옥승철은 캔버스와 물감이라는 기성 양식으로 자신이 제어할 수 있는 절대적 좌표를 출력하고 있습니다. 옥승철은 중앙대학교 서양화과 학부를 졸업했습니다. 개인전은 아트선재센터(2022, 서울), 및 기체(2020, 2018, 서울)가 있습니다. 주요 그룹전으로는 펑크갤러리(2022, 상해), 누크 갤러리(2022, 서울), 대전시립미술관(2021, 대전), 더그레잇컬렉션(2021, 서울), 대구미술관(2019, 대구) 그리고 플랫폼 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2019, 서울) 등이 있습니다.  

  

옥승철, 〈녹색 광선〉, 2023, 캔버스에 아크릴, 150 × 120 cm, 작가 제공 

 

〈녹색 광선〉과 〈구름〉은 만화에서 보이는 상징을 선택/편집하는 시리즈입니다. 레이저의 사격, 폭발의 한 장면을 멈춰 놓은 듯한 이미지는 이념, 인종, 폭력, 전쟁 사이의 첨예한 갈등을 표현합니다. 두 회화는 모두 적과 아군,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전혀 드러내지 않도록 편집되었습니다. 다만 DMZ의 맥락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건들과 일시 정지된 우리의 역사가 겹쳐 보이기를 의도했습니다. 

 

 

6. 성립 Seonglib 

 

성립(b.1991)은 반복된 선으로 완성되는 드로잉 작업을 토대로 종이 위 드로잉의 한계를 벗어나고자 늘 새로운 매체의 사용을 지향합니다.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신원영의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혼』 등의 종이책 일러스트 작업 뿐 아니라 프라다, 골든구스, BMW 등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스틸, 패브릭, 도자 등의 색다른 재료에 입혀지며 매체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2023 파도의 조각들》, 《2020 흩어진 파편들》, 《2019 작-업으로서의 드로잉》 등의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에 흥미가 있다고 말하는 그의 드로잉은 아무도 재현하지 않는 동시에 누구든지 가리킬 수 있습니다. 


 

성립,〈아래에는〉, 2023, 천 위에 디지털 프린트, 325 × 65 cm (2폭), 작가 제공 


DMZ 안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영원하진 않으나 끊임없이 순환합니다. 때때로 자연은 화재 등으로 모두 소실되듯 보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화마의 흔적이 사라지면 다시 새로운 싹을 틔웁니다. DMZ의 자연은 밤과 낮, 그리고 여러 계절을 거치며 자연의 법칙에 따라 무한 재생되고 있습니다. 〈무제〉와 〈아래에서〉는 이처럼 반복과 변화를 거듭하는 DMZ 자연의 경이로움을 드로잉과 영상으로 선보입니다. 흙 아래에서 식물들은 뿌리가 뒤엉켜 군집을 이루며 자라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고, 또 새로운 종자를 만들기도 하고, 생태계를 유지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7. 박보마 Boma Pak 

 

박보마(b.1988)는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감각을 빛과 물질에 비추어 보는 일을 합니다. 이를 위해 분위기(인상, 기분, 순간, 느낌 등)의 물질성, 힘 그리고 그의 반복(복제)을 탐구하며 다양한 매체와 증식적인 아이덴티티를 경유하여 외부적 사건으로 재현, 발화하기를 모색합니다. 그리고 박보마는 현재 Matter에서 조향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가상의 회사 《Sophie Etulips Xylang Co.,»(2021)의 웹사이트(s-e-x-co.com)와 《물질의 의식 : 소피 에툴립스 실랑 컴퍼니의 임원진들>(리움미술관, 2023)을 개인전시로 선보였습니다. 《즐겁게! 기쁘게!>(아트선재센터, 2023), 《마이셀리아 코어, 레버카 손, 폴 앤 스티브》(수치, 2022), 《Girls in Quarantine》(2020), 《장식전》(오래된 집, 2020), 《Defense: …》(d/p, 2020), 《Shame on You》(두산갤러리 뉴욕, 2017), 《실키 네이비 스킨》(인사미술공간, 2016)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습니다. 

  

박보마,〈초록의 실제〉, 2023, 생화에 페인트, , 스펀지, 비즈, 은방울, , 스틸, 교체 메뉴얼, 가변크기, 작가 제공 

 

이 작업은 38선을 두고 4km씩 유격을 둔 DMZ를 전망대에서 보면서, ‘천국’ 같다고 느낀 일에서 출발합니다. 국가라는 개념, 인공적인 무엇으로부터 벗어나 있는(벗어나 보이는) 자연의 이미지를 보며 낯선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 자연이 그저 이미지-스펙터클로만 존재하는 것에 대한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곳을 경험할 수 있을까?’ 그 천국에 들어가 가까이 경험하는 비밀스러운 상황을 상상합니다. 실제는 범적이고 인공적인 경험입니다. 전망대의 관측경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다른 향이 묻어 있어 시각적인 정보가 주를 이루는 이상화되는 관측 경험을 다르게 만드는 작업이 떠올랐습니다. 그 다른 향은 어디서부터 왔고 어디까지 이어지며 또 어디서 나는 향일까요? (작가 노트에서 발췌)

 


8. 킴 웨스트팔 Kim Westfall


킴 웨스트팔(b.1986)은 서울에서 태어나 뉴욕에 기반을 두고 활동하는 예술가입니다. 터프트건을 활용한 태피스트리 기법을 활용하여 그의 개인적인 역사와 미국의 중첩된 역사를 결합하고 있습니다. 뉴욕의 화이트 컬럼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Jerome Foundation Travel and Study에서 장학금을 받았습니다. 2021년 "As an Angel-American"이라는 배너를 제작하여 비행기에 설치한 공공예술작품을 2023년 11월 그리스의 알로슈 베니아스 갤러리에서 선보일 예정입니다.

  

킴 웨스트팔,〈석곡, 다시 꿈꾸는 DMZ〉, 2022, 천에 터프팅 된 오간자 리본, 119.3 × 134.6 cm, 작가 제공 

 

〈다시 꿈꾸는 DMZ〉 연작은 비무장지대의 자연이 보존된 곳에서 자라는 난초를 우연히 발견하고 관찰한 작업입니다. 작가는 2022년 고성의 DMZ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서식하는 동식물을 보았습니다. 이 난초들은 비무장화된 지역에서 사람의 접근이 거의 허용되지 않는 곳에 번식하고 있기에 과거와 미래에도 계속해서 살아갈 것입니다. 이것은 미국이 한국에 개입하여 남긴 유산과 자연의 야생성과 아름다움 사이의 변증법들로 위기 속에서 묘한 기회를 만들어 낸 것과 같습니다. 

 


9. 이우성 Woosung Lee


이우성(b.1983)은 일상적인 사건들에 초점을 맞추어 오늘날 사회 속 사람들의 초상을 그립니다. 그는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과 전문사를 졸업했습니다. 그는 2008년 첫 그룹전 참여를 시작으로 아르코미술관(서울, 2020), 서울시립미술관(서울, 2019) 등 한국 주요 국공립 미술관에서 전시를 해왔습니다. 동시에 커먼센터(서울, 2014), 아트 스페이스 풀(서울, 2015), 아마도예술공간(서울, 2017) 등 한국 주요 대안공간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해외에서는 두산갤러리(뉴욕, 미국, 2016) 웩스포드 아트센터(웩스포드, 아일랜드, 2015)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이우성,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2021, 천에 아크릴릭 과슈, 아크릴, 수채, 200 × 410 cm, 리얼디엠지프로젝트 제공 

 

서울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이우성은 2021년 여름 경기도 김포에 자리한 야산인 애기봉에 방문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154고지라고 불리며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던 애기봉은 북한의 해물선전마을과 불과 1.5km의 거리에 자리합니다. 애기봉 앞으로는 한강, 임진강 그리고 예성강이 모여 서해로 흐르는 마지막 구간인 조강이 자리합니다. 작가는 조강 너머 흐릿하게 보이는 북녘땅을 바라보며 개인으로서 흡수했던 북한에 대한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그리고 북한 땅 어딘가에 있을 이름 모를 한 사람의 이야기, 특히 정치와 이념의 싸움 속에서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을 겪어야 했을 누군가를 상상했습니다. 작품 제목인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작가가 북한에 있을 “그”에게 건네는 인사말입니다. 답사 당시 흐린 날씨 때문에 망원경 렌즈를 통해 겨우 바라보아야 했던 저 너머의 풍경은 밝은 분홍빛 천 위에 더욱 선명하게 표현되었습니다. 작가는 4미터 너비의 천 위에 그가 보고 상상한 것을 충실히 담아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