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전시
임진각 평화누리
작성일 2023-08-19
평화누리
과거 임진각은 고향을 향해 절을 하는 망배탑과 향로가 있어 실향민들이 많이 찾는 공간이었습니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포탄을 맞은 신의주행 기차가 전시되고 있어 한국 전쟁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2005년 세계 평화 축전 행사 개최를 계기로 이곳의 너른 평야를 활용한 공원으로 조성되며 화해와 상생, 평화와 통일의 상징으로 전환되며 일반인들도 많이 찾는 장소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29. 김홍석 Gimhongsok
김홍석(b. 1964)은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하고 1990년대 독일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수학했습니다.
그는 개념미술가로 알려져 있으며 서구 모더너티의 유입 후 한국의 사회, 정치, 문화적 이슈를 번역과 차용으로 소재화하여, 영상, 퍼포먼스, 설치 등의 매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비판합니다. 그의 작업은 우회적인
비판과 유희를 담아내기도 하며 예술 안의 위계와 노동의 윤리에 대해 고찰합니다. 주요 전시로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플라토, 아트선재센터, 워커아트센터, 도쿄 모리미술관,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등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아트선재센터, 휴스턴 미술관, 캐나다 국립미술관, 반 아베미술관,
리움, 삼성미술관,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휴스턴 미술관, 호주 퀸즈랜드아트갤러리 가나자와 21세기 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김홍석, 〈불완전한 질서 개발 - 회색 만남〉, 2023, 텐트천, 공기 주입형 모터, 500 × 370 × 200 cm, 3D 모델링, 렌더링: 김지원, 작가 제공
이 작품은 완전함을 추구해야 한다던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타당한 논리성이 내포되어야 하거나,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공통의 개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는 집단적 합의에 의한 것은 없고, 개인에 의한 자의적 표현만 있습니다. 이 작품은 집단으로 합의를 이룬 것, 집단에 의해 구축된 개념, 긴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집단적 신념이나 이념 등과 같은 것들의 대척점에 있습니다. 이 작품은 구멍가게같이 존재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것, 실없는 대화, 요약할 수 없는 주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한 생각, 악보가 존재한 적이 없으나 언제나 기억이 떠올라 같이 부를 수 있는 아주 긴 노래, 위아래는 있으나 서열이 없는 회사, 삽과 망치로 무장하고 노래로 명령하는 군대, 수식어 없이 표현하는 칭찬, 글자가 그림처럼 보이는 시(詩)와 같은 것입니다.
30. 토모코 요네다 Tomoko Yoneda
일본 효고현 출생인 토모코 요네다(b.1965)는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사람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장소들에서 시작합니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역사적인 사실이 내재한 특정한 장소와 사물들을 탐구하고, 각 장면 이면의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대표 전시로는 《세계 교실》(모리
미술관,도쿄, 2023), 《에코 - 부서지는 파도》(슈고아츠, 도쿄, 2022), 《토모코 요네다》(마프레 재단, 마드리드, 2021), 제21회 상하이 비엔날레(상하이, 중국, 2018-2019),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서울, 2014), 제10회 광주비엔날레(광주, 한국, 2014), 《우리는 어둠이 없는 곳에서 만날 것이오》(히메지 시립미술관, 효고, 일본, 2014 / 도쿄 사진 미술관, 도쿄,
2013),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베니스, 이탈리아, 2007) 등이 있습니다.

토모코 요네다, 〈지뢰 - DMZ I〉, 2015, 철구조물, 나무판넬, 천에 UV 프린트, 300 × 234.9 cm, 슈고아츠 및 작가 제공
한반도를 가르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총 약 4km에 걸친 DMZ에는 다수의 지뢰가 매장되어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DMZ는 국경이 아닌 1953년 7월 27일 발효된 한국전쟁 휴전협정에 따라 생긴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한 지역이기에 우리로 하여금 여전히 한반도가 전시 중임을 인식시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DMZ는 야생동식물의 독자적인 생태계가 형성된 평화로운 자연 낙원이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일제로부터 해방 독립한 한반도는 냉전 시대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다시 초토화되었습니다. 하나로 이어진 땅과 사람을 둘로 나눈 이 비무장지대 주변에는 인간이 그은 경계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태양과 하늘 아래 온화한 꽃들이 피어납니다. 꽃, 풀, 그리고 나무들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또 저항하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경계와 이데올로기적 개념이 없는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떠돌아다닙니다. 이는 동시에 개인이라는 작은 존재가 국가, 사회, 종교 등 큰 집단에 편입되어 운명에 휘둘리는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31. 최원준 Che Onejoon
최원준(b.1979)은 한국 분단 문제를 다룬 사진 작업을 시작으로 북한과 아프리카의 외교관계에서 나온 다양한
사례들을 연구하며 사진, 영화, 설치미술을 발표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관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며 동두천에서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를 운영 중입니다. 주요 개인전으로는 《캐피탈 블랙》(학고재
갤러리 2022), 《인포메이션》(신도문화공간 2015) 등이 있으며 자카르타 비엔날레 2021, 루붐바시 비엔날레 2019, 부산 비엔날레 2018, 뉴 뮤지엄 트리엔날레 2015,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
2014 등 다수의 국제전시에 참여해 왔습니다. 주요 수상으로는 신도미술상, 프랑스 국립 케 브랑리 미술관의 사진상, 일우사진상이다. 주요 펠로우 쉽은 팔레 드 도쿄 미술관 르 파비용 2011, 파울 클레 여름
아카데미 2013, 라익스 아카데미 프로그램 2017-2018 등이 있습니다.

최원준, 〈언더쿨드 - 방호벽#6, 진부령〉, 2007, 2023, 디지털 UV 프린트, 200 × 280 cm, 작가 제공
1968년 김신조 간첩 사건 이후 경기 북부에 건설된 군사시설들은 도시와 자연 속에서 자신을 위장하며 보는 이에게는 일종의 허구적 파사드를 드러냅니다.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위장된 군사시설은 경제발전의 욕망 아래 조금씩 사라지는 중입니다. 서울 도시개발의 대표 격인 뉴타운 사업이 시행되는 2008년의 은평 뉴타운 공사 현장에서 마치 유물 발굴의 현장처럼 땅을 파고 산을 깎을수록 감춰져 있던 군사시설물의 내부 구조가 드러났습니다. 뉴타운이라는 부동산에 대한 욕망과 맞물려 하나둘 사라져가는 군사 유물들은 대북 정책에 대한 정치, 사회적 변화를 나타내는 하나의 단면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풍경은 국가 안보를 뛰어넘는 경제 논리를 증명하며, 동시에 많은 이들에게 부에 대한 즐거운 상상을 하게 해줍니다. 그리고 안보의 논리를 앞장서는 욕망 앞에 사라지는 군사시설들은 소명을 다하지 못하고 억울하게 사라지며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것 같습니다.
평화누리 전시현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