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전시
경원선미술관
작성일 2023-08-18
경원선 미술관 신망리역
미군이 세운 피난민 정착촌에 지어진 신망리역, 그리고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간이역인 대광리역과 신탄리역에는 매 역마다 한 작가의 작업이 놓입니다. 신망리역에는 성시경이 팔레트로 사용한 판을 이용한 설치 작업이, 대광리역에는 최원준의 사진 작업인 〈전쟁 부조〉와 〈언더쿨드〉 시리즈가 설치됩니다. 한국 전쟁 관련 기념비 중 부조로 만들어진 것들을 사진으로 찍은 〈전쟁 부조〉 시리즈는 전쟁의 모습을 촬영한 후 탁본의 결과물처럼 보이도록 음영을 만든 작업입니다. 고대산으로 가는 신탄리역에는 토모코 요네다가 찍은 디엠지의 식물 사진들이 크게 천에 프린트되어 걸립니다.
성시경 Sikyung Sung
성시경(b.1991)은 서울을 기반으로 회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조형 예술과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습니다. 순간적인 즉흥성과 내재된 계획성 사이에서 회화표면에
드러나는 움직임을 탐구합니다. 개인전 《엑시트 엑시트 Exit Exit》 (공간 형/쉬프트, 서울, 2019)를 열었으며, 그룹전 《흰 그림》 (갤러리 팩토리, 서울, 2023) 《썬룸 SUNROOM》 (갤러리
BB&M, 서울, 2023), 《투투 Two 透》 (P21, 휘슬 Whitsle, 서울, 2022), 《물질, 구름》 (아트스페이스3, 서울, 2022), 《룰즈》 (원앤제이 갤러리 ONE AND J.
GALLERY, 서울, 2016) 등에 참여했습니다.
성시경, 〈중간의 절반으로〉, 2023, 나무판넬에 유채, 122& × 122 cm × 10점, 사진: 아인아
추상적인 회화작업을 하는 성시경은 캔버스와 본인 사이에 놓인 팔레트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마지막 결과로서 작가의 조형적인 의식이 반영되는 캔버스 위와 다르게 팔레트 위에는 작가의 의식을 벗어난 여러 형상이 남습니다. 물감이 특정 형상을 목표로 안착하는 곳이 아닌, 잠시 들르는 곳에 불과한 팔레트는 의외의 조형적 사건들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중간의 절반으로〉에서 성시경은 캔버스와 그리는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또 다른 공간의 추상성을 엿봅니다. 또한 직사각형의 합판을 전반으로 잘라 절단면에서 발생하는 물감의 형태, 정사각형이 된 합판의 회전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새로운 조형을 발견하고자 했습니다. 물감과 평면이라는 회화의 요소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중간지대, 절단의 방법에서 조형적 가능성을 찾아보려 시도했습니다.
경원선 미술관 대광리역
최원준 Che Onejoon
최원준(b.1979)은 한국 분단 문제를 다룬 사진 작업을 시작으로 북한과 아프리카의 외교관계에서 나온 다양한
사례들을 연구하며 사진, 영화, 설치미술을 발표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관계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며 동두천에서 스페이스 아프로아시아를 운영 중입니다. 주요 개인전으로 《캐피탈 블랙》(학고재
갤러리 2022), 《인포메이션》(신도문화공간 2015) 등이 있으며 자카르타 비엔날레 2021, 루붐바시 비엔날레 2019, 부산 비엔날레 2018, 뉴 뮤지엄 트리엔날레 2015,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
2014 등 다수의 국제전시에 참여해 왔습니다. 주요 수상으로는 신도미술상, 프랑스 국립 케 브랑리 미술관의 사진상, 일우사진상이 있습니다. 주요 펠로우 쉽은 팔레 드 도쿄 미술관 르 파비용 2011, 파울 클레
여름 아카데미 2013, 라익스 아카데미 프로그램 2017-2018 등이 있습니다.

최원준, 〈전쟁 부조, 한국전쟁, 이등원 상사, 김풍익 축석령, 1988 / 1996 / 1992〉, 2008, 잉크젯 프린트, 160 × 95 cm, 작가 제공
전국 각지에 펴져 있는 전쟁 기념비의 대부분은 군사정권 시절 만들어졌습니다. 전쟁 기념비는 부조와 함께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인데, 부조는 전쟁의 참상을 좀 더 쉽게 묘사하기 위해 사용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보면 한국군이 북한군을 무찔렀다는 식의 서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전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조 작업은 국가가 전쟁을 설명하는 방식을 보여줍니다. 부조 사진과 함께 전시장에 있는 군사시설들의 사진은 전쟁이 일어날 때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것들로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다시피 한 방호벽 그리고 버려진 미군 부대의 내부, 사용되지 않는 예비군훈련장 등입니다. 이번 군사시설들은 우리 일상의 주변에서 오랜 시간 공존해 왔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 것들로 현재도 진행중인 한국의 냉전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가 노트)
경원선 미술관 신탄리역
토모코 요네다 Tomoko Yoneda
일본 효고현 출생인 토모코 요네다(b.1965)는 현재 런던에 거주하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작업은
사람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장소들에서 시작합니다. 그녀는 사진을 통해 역사적인 사실이 내재된 특정한 장소와 사물들을 탐구하고, 각 장면 이면의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대표 전시로는 《세계 교실》(모리
미술관,도쿄, 2023), 《에코 - 부서지는 파도》(슈고아츠, 도쿄, 2022), 《토모코 요네다》(마프레 재단, 마드리드, 2021), 제21회 상하이 비엔날레(상하이, 중국, 2018-2019),
서울미디어시티 비엔날레(서울, 2014), 제10회 광주비엔날레(광주, 한국, 2014), 《우리는 어둠이 없는 곳에서 만날 것이오》(히메지 시립미술관, 효고, 일본, 2014 / 도쿄 사진 미술관, 도쿄,
2013), 제52회 베니스비엔날레(베니스, 이탈리아, 2007) 등이 있습니다.

토모코 요네다,〈(미)완성된 풍경〉, 2015/2023, 알루미늄, 천에 UV 프린트, 66.5 × 100 cm, 작가 및 Shugo Arts 제공
한반도를 가르는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남북으로 약 4km에 걸친 DMZ에는 다수의 지뢰가 매장되어 민간인의 출입이 금지됩니다. DMZ는 국경이 아닌 1953년 7월 27일 발효된 한국전쟁 휴전협정에 따라 생긴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한 지역이기에 우리로 하여금 여전히 한반도가 전시 중임을 인지시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DMZ는 야생동식물의 독자적인 생태계가 형성된 평화로운 자연 낙원이 되었습니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일제로부터 해방 독립한 한반도는 남북으로 분단되어 냉전 시대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다시 초토화되었습니다. 하나로 이어진 땅과 사람을 둘로 나눈 이 비무장지대 주변에는 인간이 그은 경계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태양과 하늘 아래 온화한 꽃들이 피어납니다. 꽃, 풀, 그리고 나무들은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또 저항하며 흔들리고 있습니다. 자연은 인간이 만들어 낸 경계와 이데올로기적 개념이 없는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떠돌아다닙니다. 이는 동시에 개인이라는 작은 존재가 국가, 사회, 종교 등 큰 집단에 편입되어 운명에 휘둘리는 모습을 비추고 있습니다.
경원선 미술관 전시전경